잡지에서 읽은 시

탄력/ 서동욱

검지 정숙자 2015. 1. 10. 01:46

 

 

    탄력

 

    서동욱

 

 

  목이 늘어난 양말은 구두 안에서

  밑창을 말끔히 핥고 싶은 걸레처럼 자꾸 밑으로,

  그러니까

 

  모든 인간관계 가운덴

  위인과의 관계가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남녀 관계는 윈윈도 되지만

  결국 탄력이 사라지지요

  그래도 사이좋은 감자들처럼 때때로 무덤엔 같이 들어가요

  친구도 심심하고

  명강의도 언젠가 늘어지고

  위인만이 늘 우리를 감탄케 합니다

 

  팥빙수가 녹으면

  수제비처럼 풀어지는 얼음물과 설탕의 탄력

  그때 너는 아무것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오래도록 숟가락을 휘저을 뿐이었다

  사람들이 고개를 저으며 인용하길, 정책도 탄력이 있어야지

  그렇게 애석하게 기념일이 지나갔고

  고등어를 꾹 눌러보는 것이다

  벌게진 눈을 관찰하며 마음을 읽으려고 애쓰느니, 이게 낫다

  그리고 눈을 감고

  콧노래처럼 최대한 쉽게 이해하면 된다 돈독함이란 고등어처럼

쉽게

  비린내를 풍긴다네 룰루랄라

  옷음은 입술의 탄력을 필요로 하고

  입술의 탄력은 또 악용되는가?

 

  발가락까지 내려간 양말

  목숨은 꼭 죄어야 오래 붙어있는 법이다

  괴롭지만 매력에 대해서도 평생 생각해야 한다

  붙잡을 곳도 없고 밟고 있는 걸레가 미끌거려서

  이제 넘어지겠어

 

 

  * 『시사사』2014. 11-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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