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모레의 큐브/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4. 12. 13. 21:35

 

 

     모레의 큐브

                                                     

      정숙자

 

                                                            

   하루하루가 사각으로 이어진다

   모서리에 가끔 햇빛이 고이기도 한다

 

   하루하루는 내 몸에 붙어있지만 정작 그 하루하루의

깔을 누가 돌려 맞추는지는 확실치 않다. 뚜두둑! 뼈들이

틀어지면서 색깔이 어긋난다. 허어, 내 하루하루가 내 하

루하루가 아니란 말인가?

 

   삶은 습관적이야

   아닌가? ‘관습적인 삶’이라고 말해야 되나

   삶-습-관

   습-관-삶

   관-삶-습

   아무리 돌려도 숨은 패턴이 바뀌지 않는다

   언제부터 이리 됐을까?

 

   멀리서 볼 때만 수평이다. 수평을 잡기 위해 바다는

십억 년 흔들렸지만 오늘도 여전히 밀리고 만다. 혼자여

서 깊고, 깊어서 넓고, 넓어서 삐걱대는 그 큰 수심을 혹자

는 푸르른 큐브라 한다.

 

   머리카락 한 올도 주사위 한 칸

   파랗다 노랗다 검붉어진다

 

   돌아간 내 오늘내일은 어디서 꽃다워지나?

   삶-삶-삶 | 3-3-3 온전해지나? 

    -『시향』2014-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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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