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의 큐브
정숙자
하루하루가 사각으로 이어진다
모서리에 가끔 햇빛이 고이기도 한다
하루하루는 내 몸에 붙어있지만 정작 그 하루하루의 색
깔을 누가 돌려 맞추는지는 확실치 않다. 뚜두둑! 뼈들이
틀어지면서 색깔이 어긋난다. 허어, 내 하루하루가 내 하
루하루가 아니란 말인가?
삶은 습관적이야
아닌가? ‘관습적인 삶’이라고 말해야 되나
삶-습-관
습-관-삶
관-삶-습
아무리 돌려도 숨은 패턴이 바뀌지 않는다
언제부터 이리 됐을까?
멀리서 볼 때만 수평이다. 수평을 잡기 위해 바다는 몇
십억 년 흔들렸지만 오늘도 여전히 밀리고 만다. 혼자여
서 깊고, 깊어서 넓고, 넓어서 삐걱대는 그 큰 수심을 혹자
는 푸르른 큐브라 한다.
머리카락 한 올도 주사위 한 칸
파랗다 노랗다 검붉어진다
돌아간 내 오늘내일은 어디서 꽃다워지나?
삶-삶-삶 | 3-3-3 온전해지나?
-『시향』2014-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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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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