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파생/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4. 8. 27. 15:11

 

 

     파생

 

    정숙자

 

 

  두 팔 높이 든다

 

  만세일까

  항복일까

  절규일까

 

  나노초에 포착/고정된 가면

 

  유추가 배제되었다. 어떤 단서도 제공받을 수 없는 근

거—순전히 타자의 몫이 되고 말았다. 택해야 할까. 원형?

마름모? 사다리? 결정만 하면 된다. 누구든/뭣이든 그것

이 곧 우리의 것이 될 것이므로. 자유란 그렇게 분포한다.

아무데서나 그러나 신중히 엄지와 검지로 딱 들어 올리

면 엔딩. 그리고 다시

  

  환호일까

  분노일까

  감상일까

 

  똑 같은 몇 년이 흘러도 가는 곳마다 시작/처음과 마주

친다. 가면의 독해는 날씨와 무관하다. 펄펄 끓었어도 봄

오면 봄 살고, 여름 오면 여름 살고, 가을이면 가을—철새

가 오면 함박눈 바라본 것 외에 무엇이었느냐. 두 팔 사이

의 광장은 답안을 거부한다. 알아서? 모두가? 자유로이?

모호한 울림들 계속

 

   성장 죽음 딴 봄

 

  욕토미터를 수정한 미래여 안녕

    -『시산맥』2014-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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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