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여의 탄력*
정숙자
없는 것이 우리의 눈 뒤에 있다
그것이 우리를 기다린다
바위보다 하늘보다도 뒤쪽에 항상 저쪽에
빠뜨림—그것은
어떤 분의 가장 치밀한 카드
모든 이에게 골고루 흩뿌린 사과, 혹은 사다리
끊임없이 올라서지만 따고 나면 금세 더 붉게 열리는
등불, 휘청 사다리
그분의 전능은 이미 드러난 것들에 있지 않다
미발견의 미완의 매혹의 다각형 사과
아직 없음—아득히
별 섞은 허공을 돌며
있어야 할 것을 있게 하고
허약을 돕고
우리를 조금씩 나아가게 하는 문
‘찾아라. 열어라’ 최초의 벽이며 무한증식의
궐여—그 빗장 앞에서
이제까지의 있음들 총동원 된다
도보와 추측—끝없는 항해
어떤 분, 천지 창작의 정점은 바로 거기
각자가 꺼내 갖도록 골고루 배분한
사과—저편의 등불
-『문학과 창작』2015-가을호
<※원제: '결여의 탄생'을 '결여의 탄력'으로 수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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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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