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결여의 탄력/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5. 9. 4. 16:31

 

 

    결여의 탄력*

 

     정숙자

                      

                                      

  없는 것이 우리의 눈 뒤에 있다

  그것이 우리를 기다린다

  바위보다 하늘보다도 뒤쪽에 항상 저쪽에 

 

  빠뜨림—그것은

  어떤 분의 가장 치밀한 카드

  모든 이에게 골고루 흩뿌린 사과, 혹은 사다리

  끊임없이 올라서지만 따고 나면 금세 더 붉게 열리는

  등불, 휘청 사다리

 

  그분의 전능은 이미 드러난 것들에 있지 않다

  미발견의 미완의 매혹의 다각형 사과

  아직 없음—아득히

  별 섞은 허공을 돌며 

 

  있어야 할 것을 있게 하고

  허약을 돕고

  우리를 조금씩 나아가게 하는 문

  ‘찾아라. 열어라’ 최초의 벽이며 무한증식의

  궐여—그 빗장 앞에서 

 

  이제까지의 있음들 총동원 된다

 

  도보와 추측—끝없는 항해

 

  어떤 분, 천지 창작의 정점은 바로 거기

  각자가 꺼내 갖도록 골고루 배분한

  사과—저편의 등불

    -『문학과 창작』2015-가을호   

 

    <※원제: '결여의 탄생'을 '결여의 탄력'으로 수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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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