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대상 x /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4. 7. 11. 23:17

 

 

     대상 x

 

     정숙자

 

                                                            

   무의 공간

   우주에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지름 십억 광년의 공간이 있다고 한다

 

   그 많은 별을 품고도

   우주마저도

   한구석 쓸쓸함이 그렇다 한다

   뭇 성단, 행성과 항성, 초신성의 폭발이 모두

   거기서 움텄나보다

 

   여기 태양의 변두리에서 돌로 꼽히든 꽃으로 돌든 울창한 쓸쓸함이

야 우주를 닮아 그런 것이었구나

 

   골목마다 다친 바람아

   어깨뼈 비벼 운 곤충들아

   캄캄- 적막- 속에

   질량을 부여하는 입자가 숨어 있다지 않니?

 

   우주의 중력이

   십억 광년

   그 텅 빈 공간에서 움튼- 움트는- 파장이라면

   우리들 폐부에 뚫린 십억 광년도

   힘의 원천이 되지 않겠니?

 

   무질서가 질서인 바에야 모든 기압을 견디자꾸나

   떨어지고, 떨어지고, 떨어져 숨 가쁜

   돌멩이야 주사 놔 주마

     -『현대시』 2014-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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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