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x
정숙자
무無의 공간
우주에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지름 십억 광년의 공간이 있다고 한다
그 많은 별을 품고도
우주마저도
한구석 쓸쓸함이 그렇다 한다
뭇 성단, 행성과 항성, 초신성의 폭발이 모두
거기서 움텄나보다
여기 태양의 변두리에서 돌로 꼽히든 꽃으로 돌든 울창한 쓸쓸함이
야 우주를 닮아 그런 것이었구나
골목마다 다친 바람아
어깨뼈 비벼 운泣 곤충들아
캄캄- 적막- 속에
질량을 부여하는 입자가 숨어 있다지 않니?
우주의 중력이
십억 광년
그 텅 빈 공간에서 움튼- 움트는- 파장이라면
우리들 폐부에 뚫린 십억 광년도
힘의 원천이 되지 않겠니?
무질서가 질서인 바에야 모든 기압을 견디자꾸나
떨어지고, 떨어지고, 떨어져 숨 가쁜
돌멩이야 주사 놔 주마
-『현대시』 2014-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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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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