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회사원/ 금은돌

검지 정숙자 2014. 6. 26. 22:51

 

 

     회사원

 

     금은돌

 

 

  1.

  뜨거운 커피잔을 들고 가는데 엎질러지는 시간이 흔들린다 시간은 책

상에 앉을 때까지 혀를 날름거리고 자판을 두드릴 때 엎질러질 것인가?

흘러내릴 것인가? 고민한다

 

  누군가 팔꿈치를 밀쳤을 때 엎질러지려는 시간이 솟구친다 엎질러진

간이 되기 직전 엎질러지려는 시간이 비행접시 문양으로 미끄러지고

 

  나는 서둘러 엎질러지려는 시간을 결재 서류에 입력한다

  잔 속의 출렁이는 시계들이 확, 뒤집힐까, 한다 

 

 

  2.

  덜컹거리는 퇴근버스, 엎치락뒤치락하던 시간이 앞사람 머리카락에 들

러붙는다 구둣발에 짓밟히다가 신경질에 휩쓸리다가 한 템포를  놓친 욕설

이 튀어나온다

 

  난데없이 엎질러진 후회가 뛰어든다

 

  아차차, 급브레이크 엎어지고자 하는 시간이 바퀴 밑에 달라붙는다 바

퀴는 미끄러지며 관성의 법칙으로 흐를까, 한다 엎어졌던 시간이 튀어나

엎질러지려는 시간을 추돌한다 엎질러지려는 시간이 엎어졌던 시간의

멱살을 틀어잡는다

 

  엎치락뒤치락하던 것들이 서로에게 피해보상액을 따지고 있다

  확, 창밖으로 뛰어내릴까, 한다 엎질러지지 못한 내가 정류장에 도착한다

 

 

   * 『현대시학』2013-4월호, 신인작품공모 당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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