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금은돌
1.
뜨거운 커피잔을 들고 가는데 엎질러지는 시간이 흔들린다 시간은 책
상에 앉을 때까지 혀를 날름거리고 자판을 두드릴 때 엎질러질 것인가?
흘러내릴 것인가? 고민한다
누군가 팔꿈치를 밀쳤을 때 엎질러지려는 시간이 솟구친다 엎질러진
시간이 되기 직전 엎질러지려는 시간이 비행접시 문양으로 미끄러지고
나는 서둘러 엎질러지려는 시간을 결재 서류에 입력한다
잔 속의 출렁이는 시계들이 확, 뒤집힐까, 한다
2.
덜컹거리는 퇴근버스, 엎치락뒤치락하던 시간이 앞사람 머리카락에 들
러붙는다 구둣발에 짓밟히다가 신경질에 휩쓸리다가 한 템포를 놓친 욕설
이 튀어나온다
난데없이 엎질러진 후회가 뛰어든다
아차차, 급브레이크 엎어지고자 하는 시간이 바퀴 밑에 달라붙는다 바
퀴는 미끄러지며 관성의 법칙으로 흐를까, 한다 엎어졌던 시간이 튀어나
와 엎질러지려는 시간을 추돌한다 엎질러지려는 시간이 엎어졌던 시간의
멱살을 틀어잡는다
엎치락뒤치락하던 것들이 서로에게 피해보상액을 따지고 있다
확, 창밖으로 뛰어내릴까, 한다 엎질러지지 못한 내가 정류장에 도착한다
* 『현대시학』2013-4월호, 신인작품공모 당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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