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시집 · 공검 & 굴원

김석준_김석준이 선정한 좋은 시/ 퀴리온도 :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4. 4. 18. 00:19

 

 

    <『문장』2014-봄호>

 

    김석준이 선정한 좋은 시(일부) 

 

    김석준

 

  환멸과 환상 사이에 언어를 매개시켜 인간학을 승화로 이끄는 자가 바로 시인이다. 말에 붙들리고, 시간에 가로막힌다. 까닭은 시의 언어가 늘 진실을 육박하는 곳에서만 존재의 언어를 발화시키기 때문이다. 파열하여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존재의 목소리에 매혹된다. 말하자면 시말은 삶과 죽음 사이에 놓여있는 파열음을 고백의 전언으로 승화시킨 영혼의 음성이다. 때론 환멸로 은폐된 이 세계를 진실의 언어로 매개시키면서, 때론 환상으로 둘러쳐진 실재의 기만적 현실성을 폭로하면서, 시인은 자신에게 속한 그 모든 것들 심혼으로 응결시켜 이 세계가 사랑의 전언으로 구조화되어 있음을 예증하게 된다.

 

      퀴리온도

      - 정숙자

 

  아직 죽음과 떨어져 있는 사람들은 죽음을 이리저리 배치하네. 죽음에 관한 미로도 가꾸어 내네. 겹겹으로 죽음에 포위된 자는 죽음은커녕 삶에 대해서조차 한마디 못 하고 마네. 이런 게 바로 말할 수 없는 것인가, 침묵해야 되는 것인가, 아니 그게 아니라 침묵이 급습   덮쳐버리는 게 아닌가. 아무 색도 아닌 시간이 떠내려가네.

 

  꽃 잃고 잎 지우는 바위

  눈 뜨고 말 묻고

  외로 나앉아 버리는 바위

 

  아직 죽음과 떨어져 있을 땐 그도 죽음 세포를 사변적 논리적 미학적으로 성찰했었네. 그런데 불과 일 년 사이 피붙이 셋씩이나 뜨고 보면 열쇠 꾸러미 뚝 떨어진대도 무슨 언어를 꺼낼 수 있으리오. 이렇게까지 사라지는 건가. 기호네 파토스네 전위네 신경을 자극하던 그 모든 선들이 저렇게까지 사건지평선에 나포되어 버리다니.

   ∎ ≪시와 표현≫ 2013 겨울호

 

 

    - 인간학이란 시간에 의해 포획되는 전력의 운동이자, 무에 의해 재배치되는 절멸의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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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장』2014. 봄호 <김석준이 선정한 좋은 시 6편> 

                                               쓸쓸한 입구_박용언

                                            황혼에 대하여_고재종

                                                1월의 심장_김상미

                                              빈 방 있나요_이운진

                                                   퀴리온도_정숙자

                                                         혹은_이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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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석준/ 충남 아산 출생, 1999년『시와시학』(시), 2001년『시안』(평론) 등단, 시집『기침소리』, 평론집『비평의 예술적 지평』,『현대성과 시』,『감히 시인에게 말을 걸다』, 『무덤 속의 시말』, 『박찬일 시세계의 본질-상징에의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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