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시집 · 공검 & 굴원

잎들의 수화/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4. 3. 9. 01:24

 

    잎들의 수화

 

    정숙자

                                                              

 

   바람 불어도 날갯짓 못한다면

   그 나무는 이미 강을 건넌 것이다

 

   깃털은 저장한다

   미풍의 강풍의 태풍의 파동들

   하늘 가득 밀어 올린다

 

   광장에는 광장의  나무에게는 나무의 흐름이 있다. 서로 다른 눈금과 눈  잣대와 잣대 촉수들이 충돌한다. 전복  확장  이접  몰락하는 사이 돌연

변이가 맺힌다. 순종의 시작이다. 저간의 궤적과 실시간의 커브가 가져오는 틈, 불편이라는

 

   그 공간은 애매와 모호가 물결치는 곳

 

   비둘기  너희들, 너희들 부모형제. 광장  어느 틈에서 오늘을 품어냈으랴. 서울은 바닥도 허공이란다. 조석이나 챙겨 잇느냐. 골목도 시퍼런 서슬. 어울려 뒤뚱거리고 후루룩 함께 날아오르는구나. 혹 천사가 내려오느냐? 슬픔! 종족이거니.

 

   오래 전 돌려세운 길. 주경  야독했던 집. 갈피마다 구름까지 뿌려져 있네. 언젠가 누가 엮었더라도 책들은 모두 태양의 수화. 구구절절    횡으로 다시 태어나 고공비행하고야 마는 생명의 바람의 정전. 미루나무 한 권 멀리서 수런거리네.

 

   강 건넌 입자들 솨아솨아 돌아오는 밤

     - 『시로여는세상』2014-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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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공검 & 굴원』(4부/ p. 114-115)에서/ 2022. 5. 16. <미네르바>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외, 산문집 『행복음자리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