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들의 수화
정숙자
바람 불어도 날갯짓 못한다면
그 나무는 이미 강을 건넌 것이다
깃털은 저장한다
미풍의 강풍의 태풍의 파동들
하늘 가득 밀어 올린다
광장에는 광장의 나무에게는 나무의 흐름이 있다. 서로 다른 눈금과 눈금 잣대와 잣대 촉수들이 충돌한다. 전복 확장 이접 몰락하는 사이 돌연
변이가 맺힌다. 순종의 시작이다. 저간의 궤적과 실시간의 커브가 가져오는 틈, 불편이라는
그 공간은 애매와 모호가 물결치는 곳
비둘기 너희들, 너희들 부모형제. 광장 어느 틈에서 오늘을 품어냈으랴. 서울은 바닥도 허공이란다. 조석이나 챙겨 잇느냐. 골목도 시퍼런 서슬. 어울려 뒤뚱거리고 후루룩 함께 날아오르는구나. 혹 천사가 내려오느냐? 슬픔! 종족이거니.
오래 전 돌려세운 길. 주경 야독했던 집. 갈피마다 구름까지 뿌려져 있네. 언젠가 누가 엮었더라도 책들은 모두 태양의 수화. 구구절절 종 횡으로 다시 태어나 고공비행하고야 마는 생명의 바람의 정전. 미루나무 한 권 멀리서 수런거리네.
강 건넌 입자들 솨아솨아 돌아오는 밤
- 『시로여는세상』2014-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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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공검 & 굴원』(4부/ p. 114-115)에서/ 2022. 5. 16. <미네르바>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외, 산문집 『행복음자리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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