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속의 잠
정선
한밤중 브레이크 밟는 소리에
몸의 깊숙한 곳이 패였다
내 잠도 한 방울씩 샜다
티브이는 행복한 오후를 저 혼자 노래하고
나는 죄수처럼 질질 끌고 다니던 잠을 게워낸다
게으른 하품 속으로 햇살들이 시옷자로 부서진다
어제 중요했던 일이 오늘은 시시해져
길가 은행나무들의 대화가 궁금해진다
고개를 내밀고 대화를 엿듣는 하오 네 시
모두 막혔어
그늘은 비상구야
나무의 목소리는 투명하고
그늘은 기다랗게 또 다른 수로를 내고 있다
갈라진 수로바닥의 잠 한 마리
그늘 속에 둥지를 틀고 뒤척인다
내 몸을 파먹고
텅 빈 몸 어느 돌 틈에 알을 낳은 잠
꼬리지느러미를 흔들며 강을 거슬러오른다
*시집『랭보는 오줌발이 짧았다』에서/ 2010.10.30 (주)천년의시작 펴냄
*정선/ 전남 함평 출생, 2006년『작가세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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