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철도원 2014/ 금은돌

검지 정숙자 2014. 2. 27. 02:33

 

 

    철도원 2014

 

     금은돌

 

 

  견갑골 사이로 총알이 관통한다. 무엇을 먼저 흘려야 하나?

 

  비상구는 이미 비상구가 아닌 지 오래 방어선을 뚫고 나가려는 찰나, 저

총구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나? 정부군에게 포위되어 무슨 색깔을

내밀어야 하나? 붉은 피가 떨어진 자리에 입김이 사라진다. 신음을 어디로

거두어야 하는가? 나는 신에게 올리는 제물조차 되지 못한다. 파리가 흘린

타액이 눈동자를 희롱한다. 예정된 조문처럼 바람은 눈물을 흘리지 않고

입 안에 서걱거리는 심문, 곧 황사가 몰아닥칠 것이다.

 

  철로 위를 가로지르는 까마귀

  누군가의 하늘을 파먹는다.

 

 

   *『시와표현』2014-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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