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고흐의 잠/ 유안나

검지 정숙자 2014. 2. 27. 13:38

 

 

     고흐의 잠

 

      유안나

 

 

  당신의 방에 들어갔어요

  푸른 벽이 하늘로 데려갔지요

  알 수 없는 동그라미들이 떠다니고 잇었어요

  다시 바다 속으로 데려가데요

 

  아가미 헐은 물고기들이

  수초 사이로 숨어들고 있었어요

  들여다보면

  당신 같고 나 같고

  우리는 아가미를 맞대고 한참을 바라보았죠

 

  갈색 침대에 누워 보았어요

 

  당신의 잠 속에는 바퀴 달린 달이 붉게 타오르고

  독수리가 그 달을 콕콕 쪼고 있었어요

 

  얼마나 큰 하늘을 흔들어야 타오르나요

 

  내 아가미에서

  당신의 귀가 자라고

  당신의 위에서 내 숨소리가 흐르고 있었어요

 

  우울한 거울이 나를 바라보고 있군요

  칠이 벗겨진 마룻바닥이 흔들려요

 

  돌아가면서

  당신의 불타는 눈빛은 쥐고 갈게요

 

 

  * 『애지』2014-봄호

  *유안나/ 2012년『애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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