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잠
유안나
당신의 방에 들어갔어요
푸른 벽이 하늘로 데려갔지요
알 수 없는 동그라미들이 떠다니고 잇었어요
다시 바다 속으로 데려가데요
아가미 헐은 물고기들이
수초 사이로 숨어들고 있었어요
들여다보면
당신 같고 나 같고
우리는 아가미를 맞대고 한참을 바라보았죠
갈색 침대에 누워 보았어요
당신의 잠 속에는 바퀴 달린 달이 붉게 타오르고
독수리가 그 달을 콕콕 쪼고 있었어요
얼마나 큰 하늘을 흔들어야 타오르나요
내 아가미에서
당신의 귀가 자라고
당신의 위에서 내 숨소리가 흐르고 있었어요
우울한 거울이 나를 바라보고 있군요
칠이 벗겨진 마룻바닥이 흔들려요
돌아가면서
당신의 불타는 눈빛은 쥐고 갈게요
* 『애지』2014-봄호
*유안나/ 2012년『애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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