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달을 짜는 연금술/ 이인철

검지 정숙자 2014. 1. 9. 13:33

 

 

     달을 짜는 연금술

 

       이인철

 

 

  스웨터를 풀어 달을 짠다 어머니 생전에 입은

  그녀가 빠져나간 둥굴 하나가 허물어지며

  하늘에 달이 짜이고 있다

 

  뜨개질을 하는 손이 달 쪽으로 들리는 걸 보면

  그녀는 달의 동굴을 원했는지 모른다

  밤마다 달은 커지고 그녀가 두고 간 휘발되는 동굴은 허물어져간다

 

  어머니 가지 못한 길을 풀어 달을 짜고 있다

 

  짜 놓은 하현달 위에 그녀는 누워 그물침대로 흔들리고 있다

  촘촘한 통증을 열고 나간

  미처 못 가져간 연한 등뼈들이 있다

  뭉텅뭉텅 빠져나가는 어머니

  달이 완성되었다

  어머니가 보고 싶을 때마다

  마루 끝에 묶어둔 실을 당겨 밤새

  달을 날린다

 

 

  * 『유심』2014-1월호

  *  이인철/ 2003년『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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