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구두
강서완
해마다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물의 마을엔 문패가 없다. 애꿎은 초목들만 혼쭐난다. 조석으로 핏물이 번지는 수면. 물의 마을엔 날카로운 이빨의 짐승이 살아 날마다 누군가 피를 흘리고 죽어갔는지 모를 일이다. 물의 마을 주민 몸에 비린내가 배어 있어 햇빛이 냄새의 진원지를 캐려고 수면을 두드린다. 그때마다 물의 안쪽이 희끗희끗 천연스러워 바람이 미루나무 멱살을 잡고 흔든다. 구석구석 줄지은 오리들이 탐문수사에 나서고 낚싯줄 서넛도 물속 미루나무 뿌리에 잠복을 시작했다. 물속에 떠다니는 흰 구름 한 조각 떼어 문 백로가 하늘을 바라보며 사건의 알레고리를 추적한다. 잉어 한 마리 물속에서 튀어 올라 수면 밖 상황을 살피고 들어간 뒤 수상한 어스름이 슬슬 발을 들이민다. 물 밖 세상에서 개구리들이 요놈의 세상 도무지 ‘알 수 없어, 알 수 있어’ 와글와글 들끓는다.
*『애지』2010-겨울호 <애지의 초점|이 시인을 조명한다>에서
* 강서완/ 경기 안성 출생, 2008년 『애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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