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곳 참치
최호일
참치를 보면 다른 별에 가서 넘어지고 싶어진다
동그란 깡통 참치
어떻게 이런 모습으로 바다를 헤엄쳐 다녔는지 깡통 속에서 살이 통통하게 쪘는지
지느러미와 내장이 없다
참치는 좀 더 외로운 모습으로 진화해 온 듯하다 먼 훗날
비행접시를 타고 바닷가에 내린 어느 외계인처럼
사람들은 내용물을 버리고 깡통을 구워 먹을지도 모른다
다 먹고 버린 깡통을 차고 노는 아이들
참치를 숭배하는 자세로 비닐봉지에 담아가지고 오다가
덜커덩 자전거가 어느 돌에 걸려 넘어졌다
저 곳으로 날아가는 참치
저 돌은 어느 별에서 날아왔을까 돌은
그곳에서 가시를 발라낸 비교적 딱딱한 참치일 수도 있고
저녁 어스름의 근원적인 고독일 수도 있다
아가미가 없는 참치
*『현대시학』2009-5월호 <내가 읽은 이달의 작품>에서
* 최호일/ 충남 서천 출생, 2009『현대시학』으로 등단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옛집/ 장석주 (0) | 2010.11.20 |
---|---|
떠도는 구두/ 강서완 (0) | 2010.11.18 |
우유부단 외1편/ 김상미 (0) | 2010.11.12 |
내 아들의 말 속에는/ 최서림 (0) | 2010.11.07 |
책상과 싸우다/ 서안나 (0) | 2010.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