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동공의 깊이/ 김나영

검지 정숙자 2010. 11. 6. 00:34

 

    동공의 깊이


      김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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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지금 달력 속 누런 풀밭을 바라보고 있다

  단조롭기 그지없는 저 벌판 앞에서 수없이

  서성거렸을 사진작가를 생각한다

  사진 속에도 리듬이 있다는 어느 사진작가를 생각한다

  사진을 찍을 때 불안을 찍는다는 어느 사진작가를 생각

한다

  나는 저 사진의 제목을 ‘바람을 찍다’라고 붙여본다

  사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나서는 행위라는 어

느 사진작가

  저 사진작가는 수많은 절경(絶景)을 접고 또 접었을 것이

  책읽기의 궁극은 책으로 읽을 수 없는 것을 읽는 데 있

다는 연암

  그대들은 검은 것을 읽지만 나는 흰 것을 읽는다는 윌

리엄 블레이크

  나는 지금 이름도 모르는 어느 사진작가의

  동공의 깊이를 바라보고 있다



  *시집 『수작』에서/ 2010.10.31 <도서출판 애지>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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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나영/ 경북 영천 출생, 1998년《예술세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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