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족
김나영
한사코 담장 밖으로 고개를 돌리는 접시꽃
꽃 대신 잡초가 무성하게 올라오는 화분
잠궈도 잠궈도 물이 새는 수도꼭지
가던 길로 가지 않고 실 밖으로 흘러넘치는 도랑물
바깥보다 더 어두운 집안
집에 오면 입을 잠그는 아이들
내벽 곳곳으로 번져가는 균열
책상 위, 죽지도 자라지도 않고 사방 적의를 세우는 선
인장
행복을 위장하는 일쯤은 문제도 아니지
대문에 파란 페인트를 덧칠하는 아버지
좀처럼 모아지지 않는 네 개의 각진 방
*시집『수작』에서/ 2010.10.31 <도서출판 애지>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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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경북 영천 출생, 1998년《예술세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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