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행복한 가족/ 김나영

검지 정숙자 2010. 11. 6. 00:31

 

    행복한 가족


      김나영



  한사코 담장 밖으로 고개를 돌리는 접시꽃


  꽃 대신 잡초가 무성하게 올라오는 화분


  잠궈도 잠궈도 물이 새는 수도꼭지


  가던 길로 가지 않고 실 밖으로 흘러넘치는 도랑물


  바깥보다 더 어두운 집안


  집에 오면 입을 잠그는 아이들


  내벽 곳곳으로 번져가는 균열


  책상 위, 죽지도 자라지도 않고 사방 적의를 세우는 선

인장


  행복을 위장하는 일쯤은 문제도 아니지


  대문에 파란 페인트를 덧칠하는 아버지


  좀처럼 모아지지 않는 네 개의 각진 방



  *시집『수작』에서/ 2010.10.31 <도서출판 애지>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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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나영/ 경북 영천 출생, 1998년《예술세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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