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문상/ 이재무

검지 정숙자 2024. 5. 14. 00:18

<추모시>

 

    문상

         김지하 선생님에게

 

    이재무

 

 

  오월은 연초록 광휘로 번뜩이고

  내 마음은 회색빛 우울로 가득하다

  야생마처럼 질주하다가

  사자처럼 울부짖다가

  기운 다해 쓰러져

  과거가 된 사람을,

  저항에서 생명으로

  전환한 시와 사상 때문에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았던

  한국의 프리드리히 횔덜린

  시대의 불운한 사상가를,

  이제는 생전에 그가 남긴 음성과 글을 통해 만나야 하리

  바다는 벼랑에 부딪혀 깨어지는

  물의 파편에 대하여 아무런 감정이 없다

  실재 속 한 개체일 뿐인 인간은

  누구도 주어진 운명을 거역할 수 없다

  맨몸에 걸치는 비단조차

  아플 것처럼 눈부신 햇살이 불편하다

  오는 길 혼자였듯

  가는 길 혼자인 이를

  배웅하러 문상 간다

     -전문(p. 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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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작』 2022-가을(81)호 <특집 2/ 김지하 시인 추모 특집> 에서

 * 이재무/ 1983년 삶의 문학』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슬픔에게 무릎을 꿇다』『슬픔은 어깨로 운다』『데스밸리에서 죽다』외, 시선집『얼굴』외, 산문집『쉼표처럼 살고 싶다』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