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집
김월숙
숲을 찾아갑니다
학이 눈물을 흘린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느긋하신 노송 곁을 지나
구불구불 골짜기를 건너고
거친 숨 몰아가며 고개를 넘지만
학은 보이지가 않아요
북극성을 찾지 못하고
지도가 구겨지는 동안
바람과 바람 사이에서
비가 내립니다
참나무 사이에 정좌한 돌무덤을 지나고
너덜겅을 장악한 가시덩굴 휘돌아
빗물을 따라 흐르기로 합니다
두 날개로 작은 집을 감싼 학이 보입니다
정작 숲을 울리며 우는 건
젊은 시인이네요
스무 해 전에 헤어진 벗도
삶의 수련장을 펼치고
핵심 문제를 풀던 소년도 함께 울어요
잎 다 떨군 나무 기둥 사이로
강물처럼 출렁이는 어깨들이
천 년째 집을 짓고 있어요
눈물로 짓는 집이에요
-전문(p. 8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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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문학』 2024-2월(660)호 <이달의 시> 에서
* 김월숙/ 1998년『문예사조』로 등단, 시집『아직도 그가 서 있다』『달에 꽃피다』『그 발자국 따라』『낯선 시간이 하얗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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