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시의 집/ 김월숙

검지 정숙자 2024. 4. 28. 23:47

 

    시의 집

 

    김월숙

 

 

  숲을 찾아갑니다

  학이 눈물을 흘린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느긋하신 노송 곁을 지나

  구불구불 골짜기를 건너고

  거친 숨 몰아가며 고개를 넘지만

  학은 보이지가 않아요

 

  북극성을 찾지 못하고

  지도가 구겨지는 동안

  바람과 바람 사이에서

  비가 내립니다

 

  참나무 사이에 정좌한 돌무덤을 지나고

  너덜겅을 장악한 가시덩굴 휘돌아

  빗물을 따라 흐르기로 합니다

 

  두 날개로 작은 집을 감싼 학이 보입니다

  정작 숲을 울리며 우는 건

  젊은 시인이네요

 

  스무 해 전에 헤어진 벗도

  삶의 수련장을 펼치고

  핵심 문제를 풀던 소년도 함께 울어요

 

  잎 다 떨군 나무 기둥 사이로

  강물처럼 출렁이는 어깨들이

  천 년째 집을 짓고 있어요

  눈물로 짓는 집이에요 

     -전문(p. 8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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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문학』 2024-2월(660)호 <이달의 시> 에서

  * 김월숙/ 1998년『문예사조』로 등단, 시집『아직도 그가 서 있다』『달에 꽃피다』『그 발자국 따라』『낯선 시간이 하얗게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