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두 번째 남자/ 한선자

검지 정숙자 2024. 4. 28. 23:37

 

    두 번째 남자

 

     한선자

 

 

  한 남자가 카페로 들어선다

  머리에는 제멋대로 자란 조팝꽃이 수북하다

 

  함께 근무했던 동료다

 

  바다 한가운데 떨어졌다고

  갑자기 수영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천천히 지느러미를 키워 보고 있다고

 

  드론을 수천 번 띄운다고

  갑자기 하늘을 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천천히 날개를 달아 보기로 한다고

 

  그러나, 삼십 몇 년 굳은 몸에 새싹이 돋는다는 것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뒤돌아보면, 굳은 몸에 새겨진 물결과 발자국들

  어디 쉽게 버리겠는가

 

  말쑥하게 차린 한 남자가 사무실 출구로 나가고

  새로 태어난 두 번째 남자가 카페 입구로 들어선다

     -전문(p.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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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문학』 2024-2월(660)호 <이달의 시> 에서

  * 한선자/ 2003년 시집『내 작은 섬까지 그가 왔다』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울어라 실컷 울어라』『불발된 연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