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간격
최은진
농담이었다고 하면 빛이라도 생길까요
오늘,
지난밤에 당신의 안테나는 무사합니까
언제든 누를 준비가 되어 있는 나는
끝없이 늘어나는 발목으로
당신의 파문을 훔칠 겁니다
소리보다 먼저 가 닿은 빛의 속도는
당신의 손바닥을 파고들겠죠
이른 아침이면
검게 그을린 고목에 기댄 소문들
아파트 잔여세대 분양 현수막이 파격으로 내몰리고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문장 아래
이 년 동안 빌려 산 생生은 궁극으로 치닫습니다
저녁이 뱉어낸 하늘에 번지는 어둠
빛보다 빠르게 가닿는 귓속말
이제 당신의 안테나를 늘려 보아요
진담을 말한다면 거울 속에 당신
어둠을 깨워줄 환한 빛이 생길까요
어디에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전문(p. 86-87) 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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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시학회 『미래 서정』(제12호) 에서/ 2023. 12. 29. <서정시학> 펴냄
* 최은진/ 2019년『서정시학』 겨울호 신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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