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개와 늑대의 나라/ 정우진

검지 정숙자 2024. 3. 25. 00:38

 

    개와 늑대의 나라

 

     정우진

 

 

  우리라는 말이 낯설다

 

  사람과 불편은 이제 거의 같은 말

 

  노이즈 캔슬링의

  제거 대상은 나 말고는 전부

 

  비집으며 실례한다고 말할 때

  들렸는지 모르겠다

  입만 벙긋거렸을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나한테 미안하거나 고맙다고 했을 수도

 

  불편

  불만

  상처

  죽음

  우리의 탓은 아닌데

  뉴스는 자꾸 무서운 얼굴들만 보여준다

 

  도서관소음

  커피숍소음

  포근한 타인이란

  적당히 저만치

 

  너무 가까운 모르는 사람의 숨소리

  너무 먼 집에 가는 길

  내가 마음껏 다닐 수 있는 공간은 몸속밖에 안 남아

  캔슬캔슬 귀 닫고 눈 닫고 입 닫고 걸을 따름이다

 

  이것도 우리의 탓은 아닌데

      -전문(p. 7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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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시학회 『미래 서정』(제12호) 에서/ 2023. 12. 29. <서정시학> 펴냄

  * 정우진/ 2016『서정시학』 여름호 신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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