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늑대의 나라
정우진
우리라는 말이 낯설다
사람과 불편은 이제 거의 같은 말
노이즈 캔슬링의
제거 대상은 나 말고는 전부
비집으며 실례한다고 말할 때
들렸는지 모르겠다
입만 벙긋거렸을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나한테 미안하거나 고맙다고 했을 수도
불편
불만
상처
죽음
우리의 탓은 아닌데
뉴스는 자꾸 무서운 얼굴들만 보여준다
도서관소음
커피숍소음
포근한 타인이란
적당히 저만치
너무 가까운 모르는 사람의 숨소리
너무 먼 집에 가는 길
내가 마음껏 다닐 수 있는 공간은 몸속밖에 안 남아
캔슬캔슬 귀 닫고 눈 닫고 입 닫고 걸을 따름이다
이것도 우리의 탓은 아닌데
-전문(p. 7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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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시학회 『미래 서정』(제12호) 에서/ 2023. 12. 29. <서정시학> 펴냄
* 정우진/ 2016년『서정시학』 여름호 신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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