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타클라마칸/ 한영수

검지 정숙자 2024. 3. 23. 01:50

 

    타클라마칸

 

     한영수

 

 

  스스로 죽은 짐승은 고기로 먹지 않아요,

  양치기의 네 번째 딸은 양을 삶는다

 

  모래구름이 핀다

  돌아 나올 수 있을까

 

  가까이 어디에는 아름다움이 부조된 사원이 있다

  초승달 눈썹을 비추는 샘도 있어 마르지 않는다는데

 

  생활은 갓길이 없다

  걸음마다 부서지며 모래 우는 소리가 난다

 

  한 시간이

  십 년같이

  서천 서역으로 가는 평생같이

 

  낙타 열네 마리

  서로 소중한 말은 둘

  말 위의 암탉 열 수탉 하나

  개도 세 마리

 

  행렬의 어디쯤에서 나는, 네 번째 딸은 맴을 도나

 

  조용히 흰 터번을 쓰고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은 할 수 없나

 

  이것은 죽은 양

  이것은 죽인 양

 

  선을 긋기도 전에

 

  양은 양을 낳는다

  양치기는 양치기를 반복하고

 

  푸른 색 샌들이 갈색으로 흐릿해질 때까지

  사구는 살아있는 것처럼 이동하며 모양을 바꾼다

      -전문(p. 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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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시학회 『미래 서정』(제12호) 에서/ 2023. 12. 29. <서정시학> 펴냄

  * 한영수/ 2010『서정시학』 여름호 신인상, 시집『꽃의 좌표』『눈송이에 방을 들였다』『피어도 되겠습니까』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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