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연대 외 1편
강영은
돌 위에 돌을 얹고 그 위에 또 돌을 얹어
궁극으로 치닫는 마음
마음 위에 마음을 얹고 그 위에 또 마음을 얹어
허공으로 치솟는 몸
돌탑은 알고 있었다.
한 발 두 발 디딜 때마다 무너질 걸 알고 있었다.
무너질까 두근거리는 나를 알고 있었다.
그건 내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므로
조그만 돌멩이를 주워
마음의 맨 꼭대기에 올려놓았다.
태어나기 전의 돌탑을
태어난 이후에도 기다렸다.
한곳에 머물러 오래 기다렸다.
돌멩이가 자랄 때까지
돌탑이 될 때까지
-전문(p. 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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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의 새
새가 날아가는 하늘을
해 뜨는 곳과 해 지는 곳으로 나눕니다.
방향이 틀리면 북쪽과 남쪽을 강조하거나
죽음을 강요하기도 합니다.
나의 흉곽을 새장으로 설득하기도 합니다.
사이에 있는 것은 허공
새가슴을 지닌 허공을 손짓하면
새가 돌아올지 모르지만
새의 노동이
노래를 발견하고 나무를 발명합니다.
헤아릴 수 없는 크기를 가진 숲에
잠깐 머물러
나무와 나무의 그늘을 이해한다 해도
새 발자국에 묻은 피가 없다면
당신이 던진 돌멩이가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점点 하나가
돌에 맞은 공중을 끌고 갑니다.
제가 새라는 걸 모르고
새라고 하자
공중이 조각조각 흩어집니다.
아무런 목적도 계획도 없이
너머로 넘어가는 새
새라고 부르면 새가 될지 모르지만
나라고 발음하는 새는
누구일까요?
-전문(p. 10~11) 【표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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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너머의 새』에서/ 2024. 3. 1. <한국문연> 펴냄
* 강영은/ 제주 서귀포 출생, 2000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녹색비단구렁이』『최초의 그늘』『풀등, 바다의 등』『마고의 항아리』『상냥한 시론詩論』외 2권, 시선집『눈잣나무에 부치는 詩』, 에세이집『산수국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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