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포플러의 말 외 1편/ 이명덕

검지 정숙자 2024. 3. 14. 01:58

 

    포플러의 말 외 1편

 

     이명덕

 

 

  바람의 말은 

  주변을 일으켜 명사와 동사로 씁니다

  열매 키워 마침표로 쓰고

  새잎 틔워 쉼표로 씁니다

 

  포플러는 나무들 선생

  바람을 불러오지요

  꽃바람 펄럭이는 바람

  간지러운 바람 사나운 바람

  크고 작은 다국적 사람들 만지고 가는

  바람의 교과서가 됩니다

 

  바람이라고 다 똑같은 바람 아니지요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는

  실존의 바람

  온갖 불량한 바람도

  이파리에 불러들여 길들여 훈육하여

  온순하게 돌려보냅니다

 

  우리는 작은 산소 공장

  지구의 공기청정기가 되고

  새들의 이웃이 됩니다

     -전문(p. 10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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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에게 봄

 

 

  문득 넘어지고 싶어 비틀거릴 때가 있다

  저문 봄 푸른 가지 끝

  그때 넘어지는 곳이 수렁이라도 괜찮다

  돌아 나오는 다급한 발끝에

  늘 당신을 두니까

 

  권속, 어느 이름에 동명으로 깃든다는 것

  그 이름 부르면 부를수록

  내 안에서 산처럼 쌓인다

 

  당신에게 봄

  당신의 계절만 가득해서

 

  저물고 저문 봄이더라도

  야윈 영혼에는 그득해진다

  오늘 하루도 다급한 말끝에

  당신을 둔다

     -전문(p.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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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당신에게 봄』에서/ 2024. 2. 29. <문학의 전당> 펴냄 

  * 이명덕/ 전남 화순 출생, 1997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도다리는 오후에 죽는다』『그 여자 구름과 자고 있네』『스펑나무 신전』『사당동 블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