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갈로케로스*
이명덕
거대한 뿔은
덤불에 걸리기 쉽나니
아름다운 사람은
반드시 비대칭을 경계하라
너는 가질 수 있으나 나는 가질 수 없는 것
찾아야 하고 찾아서는
혹독한 다짐으로 섬기라
뿔이 거대할수록
그 속은 비어 있다
화려하고 웅장한 뿔은
풀꽃에 걸리게 되리라
-전문-
* 거대한 뿔을 가진 덩치가 큰 사슴. 플라이스토세 후기에 유라시아 대륙 전역에 퍼져 살았다.
해설> 한 문장: 이 시는 완전미를 유지하는 일의 어려움을 말하면서 외양으로 판단하는 아름다움의 가치들이 실상은 실속이 없는 것임을 시사한다. 화자가 경계하는 것은 거대함 · 화려함 · 웅장함, 그리고 비대칭이다. 추진력과 힘의 상징인 "거대한 뿔"에 비하면 풀꽃"은 미약하지만 그는 작고 보잘것없는 미물에 가없는 마음을 기울인다. 이것이 "혹독한 다짐"과 섬김을 권유하는 데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아 화자는 지금 자신이 섬길 대상을 찾는 과정에 있다. 하지만 상대를 섬긴다는 것은 자신을 낮추는 일이기에, 스스로 높아진 자는 낮아질 것이나 타자를 섬기며 낮아진 자는 결코 낮은 곳에 처하지 않는다는 역설이 발생한다.
이러듯 이명덕의 시는 우리가 잃어버린 진선미를 환기하면서 그것을 물질이 아닌 정신과 영혼의 문제로 들려놓는다. 공동체적 삶과 가족 개념을 중시했던 사회에서는 위계에 의한 섬김이 일반적이었으나, 가족 개념이 비인간 주체들까지로 확장하는 현시대에는 타자를 섬기는 주체가 반드시 그러한 위계관계에서의 하위 주체만은 아니다. 타자 섬기기는 계급의 문제가 아닌 마음의 문제이며 이때 마음은 인간이 인간에게 기울이는 휴머니즘에 기반한다. 타자에게 기울이는 인간애가 인류를 구원한다는 인식은 섬김의 마음에서 출발한다. 시인은 계급으로 정해진 섬김의 위계를 부수고 그 누구도 예외 없이 섬김의 대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p. 시 31/ 론 115-116) <김효숙/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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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당신에게 봄』에서/ 2024. 2. 29. <문학의 전당> 펴냄
* 이명덕/ 전남 화순 출생, 1997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도다리는 오후에 죽는다』『그 여자 구름과 자고 있네』『스펑나무 신전』『사당동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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