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목련 외 1편/ 원가람

검지 정숙자 2024. 2. 29. 01:26

 

    목련 외 1편

 

    원가람

 

 

  당신께 가고 싶었습니다

 

  봄 지나 여름 오면

  여름 지나 가을이 오고,

  가을 지나 겨울 오면

 

  늘 

  항상

  그렇게

  가 닿고 싶었습니다

 

  아무런 주저함 없이

  후회도 없이

 

  천방지방 들쑥날쑥 천방지축

  그렇게 잎도 생략한 채

  당신께 피어나던 그 순간.

    -전문(p. 66)

 

 

     ------------------

   대나무 스키

 

 

  물 위를 걷는 소금쟁이

  절지동물이면서 수중생물처럼 휘적휘적 걷는다

  다리에 공기주머니를 달고···

 

  너도 소금쟁이 같았다

  뒷산에 눈이 내리던 어느 날

  나무 잔가지에도 눈이 덮이고 풀숲에도 눈이 덮여

  무릎까지 푹푹 빠질 때

  너는 대나무로 스키를 만들었다

  불에 대나무 앞부분을 그을리고 휘어 스키를 탔다

  겅중겅중거리며 눈밭을 걸을 때는 다리가 긴 소금쟁이 같았다

 

  친구야,

  아무래도 잊히지 않는 이름아

  너는 대나무 스키를 타고 어느 골짜기를 헤매고 있는지···

     -전문(p. 77)

  -------------------------

  * 첫 시집 『별이 내려왔네』에서/ 2024. 2. 15. <작가마을> 펴냄 

  * 원가람/ 전북 고창 출생, 2022년『문학과 창작』으로 시 부문 등단// 용인대학교 무용과 졸업, 단국대학교 일반대학원 무용과 수료, 원광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과 졸업, 국가무형문화재 살풀이춤 이수자, 국가무형문화재 승무 이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