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주목받지 못해서 감사하다/ 차창룡

검지 정숙자 2024. 3. 1. 02:18

 

    주목받지 못해서 감사하다

 

     차창룡(동명)

 

 

  유튜브를 시작했으나

  봐주는 사람이 없다

  야속하기도 했으나

  생각해보니 감사하다

 

  주목받는 사람은 얼마나 바쁜가

  바쁘지 않아서 나는 날마다

  아침을 먹고 나면 뒷산에 소풍 간다

 

  경쟁 치열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침밥 먹고 뒷산에 소풍 가는 사람

  몇이나 되나 그것도 매일

  소나무가 꿩의 입을 빌려 부르는 노래

  듣는 이 얼마나 되나

 

  해당화가 피었다 지면서

  살짝 눈을 흘길 뿐

  마스크를 내리고 오던 사람이

  나를 보더니 재빨리

  마스크를 올릴 뿐

 

  알아보는 이도 없고

  말 걸어오는 이도 없어서일까

  까치들이 동무하자고 가까이 온다

  다람쥐가 나무둥치인 줄 알고

  내 발 위로 지나간다

 

  그렇게 하루가 심심하다

  새소리가 청아하면

  하늘에선 구름이 할 일이 없어진다

  심심한 김에 참선이나 하자

  

  주목받지 않기로 한 것은 아니지만

  주목받지 못해서 감사하다

     -전문(p. 5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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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로여는세상』 2022-봄(81)호 <시심전심詩心傳心/ 근작시> 에서

  * 차창룡(동명)/ 1989년『문학과사회』로 등단 & 1994년 ⟪세계일보⟫ 문학평론 당선,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나무 물고기』『고시원은 괜찮아요』외, 기행산문『인도신화기행』『나는 인도에서 붓다를 만났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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