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극장
원가람
학교 졸업작품에서
나는 안개를 깜짝 등장시켰다
무용수들이 긴 천을 들고
멈추었다가는 이리저리 어슬렁거리는 역할이었다
안개는 야산을 덮고 도로를 덮고 논밭을 덮었다
너는 어떤 이야기를 숨긴 채 웅크리고 앉아 있는가
너는 어떤 눈물을 숨기고 우두커니 앉아 있는가
너는 아가사 크리스티처럼
저들의 비밀을 찾고 있었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시인은 대학시절부터 우봉 이매방 선생님께 춤을 학습한 무용수다. 외국의 경우, 무용수로 활동하며 시를 쓴 시인으로 마야 안젤루(Maya Angelou)가 유명한데 그녀의 시는 춤을 통해 강력한 언어와 리듬을 만들어 냈고 새로운 차원의 감정적 표현을 가능하게 했다. 원 시인의 시편들도 춤사위에서 묻어난 몸짓과 동작이 언어에 유희를 더해주고 감정이 리듬과 함께 흐르며, 독자들에게 깊은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
위 시는 학교 졸업작품의 무대를 배경으로 하며, 안개를 중심 모티브로 사용하고 있다. 안개는 무용수들이 쓰는 긴 천으로 표현되며, 이는 마치 실제 안개가 공간을 뒤덮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시는 안개를 통해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하며, 추리소설의 요소를 차용하여 시적 긴장감을 높이는 멋진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졸업작품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친 시인은 살풀이춤, 승무, 무당춤 같은 한국 전통 무용에 도전한다. (p. 시 16/ 론 136 * 137) <이채윤/ 시인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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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시집 『별이 내려왔네』에서/ 2024. 2. 15. <작가마을> 펴냄
* 원가람/ 전북 고창 출생, 2022년『문학과 창작』으로 시 부문 등단// 용인대학교 무용과 졸업, 단국대학교 일반대학원 무용과 수료, 원광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과 졸업, 국가무형문화재 살풀이춤 이수자, 국가무형문화재 승무 이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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