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론의 강
이봉주
의사가 아버지의 임종을 예고한다
내 마지막 인사가 아버지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꿈결인 듯
어디선가 들리는 아버지의 화통 같은 목소리
어이 뱃사공
어이 뱃사공
술이 거나하게 취하신 아버지가 나룻배 터에서 강 건너 사공을 부르고 있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로 흐르는 한 줄기 강물
내 아픈 기억은 저 강물 속으로 바위로 가라앉고 있는데
아버지는 어떤 기억이 저 눈물을 흐르게 했을까
기억은 아플수록 더 깊은 곳으로 흐르는 것인지
내가 백 년을 엎드려 울어도 닿을 수 없는 깊고 깊은 강물
그 강물 위에
카론의 삿대가 어둠을 가르며 건너오고 있다
-전문(p.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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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계간 『상징학 연구소』 2024-봄(13)호 <연구소 초대시인 1/ 자선시> 에서
* 이봉주/ 2014년<강원문협> 신인상 & 2016년 ⟪경북일보⟫ 문학대전 대상 & 2020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이 울음을 끌고 나는 어느 별의 시간으로 날아가야 할까요』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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