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그렇게 지나가는 낮과 밤/ 송재학

검지 정숙자 2024. 2. 24. 00:37

<Pakistan: Sindh Courier 2023. 8. 18./ Nepal: Jharana Khabar 2023. 8. 21.>

 

    그렇게 지나가는 낮과 밤

 

     송재학

 

 

  산행 중에 길이 사라졌다 나를 삼키고 안개는 내 생각처럼 주위를 맴돌았다 소리가 소리를 따라가며 실타래처럼 뒤엉키는 물소리 바람 소리 돌 구르는 소리, 정작 멱살을 움켜쥐는 건 정적이다 내 손을 붙잡는 흰 손인지 갸름한 손인지 무섬증은 갈대의 하늘거리는 줄기와 닮았다 독백처럼 발을 헛디디자 이건 생의 누락이라는 느낌이 다가온다 산인지 무엇인지 내 앞에서 자전하고 있는 거야 나의 행방불명 앞에서 불행이라는 실루엣이 곳곳에 있는 거지, 슬며시 좁은 길이 나왔다 처음 안개를 만난 곳, 떨어지는 체온 때문에 서걱대는 조릿대가 부산하게 움직였다 나뭇가지가 여기저기 마구 뻗어 있다 바로 옆의 낭떠러지는 비명을 높이만큼 새긴다 내 그림자부터 무덤인가 의심했다 시간이 지나서 잊을 수있는 일이라면 기억은 늙지 않으리라 길을 잃어버린 사람을 위하여 밤낮은 섞이고 있다 낮이 밤의 얼굴을 물어뜯고 밤의 규칙처럼 지나갔다.

    -전문(p. 77)

 

  * 블로그: 외국 지면에 소개된 대역본은 책에서 일독 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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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계간 『상징학 연구소』 2024-봄(13)호 <지구촌 시단> 에서 

  * 송재학/ 1986년『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얼음시집』『살레시오네 집』『푸른빛과 싸우다』『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기억들』『진흙 얼굴』『내간체內簡體를 얻다』『날짜들』『검은색』『슬프다 풀 끗혜 이슬』등, 산문집 『풍경의 비밀』『삶과 꿈의 길, 실크로드』등

  * 강병철/ 번역 및 해외 소개(시인 ·소설가 ·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