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ce: Polis Magazino 2023. 10. 5.>
해안
박용하
파도에 시체가 떠밀려온다
강물에 시체가 떠내려온다
내가 사는 마을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내가 사는 나라와 나라 밖에서 일어난 일이고
일어나고 있는 일이며 일어날 일이다
파도는 파도를 밀고 밀려 나아가고
파도는 파도에 밀리고 밀리면서
마침내 크게 한숨을 몰아쉬며 폐부를 해체하듯
백사장으로 쓰러진다
거기서 멀지 않은 해안 절벽으로 파도는 대가리를 산산조각내고
다시 바다에 합류한다
파도는 부서지고 깨져도 파도고
그러거나 말거나 바다는 평정의 바다고
내가 사는 나라 밖에서는
상상 이상의 시체가
떠내려가고 떠밀려온다
내가 사는 나라라고 별다를까
세계가 죽음의 파도로 연결돼 있다
-전문(p. 69)
* 블로그註: 외국 지면에 소개된 대역본은 책에서 일독 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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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계간 『상징학 연구소』 2024-봄(13)호 <지구촌 시단> 에서
* 박용하/ 1989년『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견자』『한 남자』외
* 강병철/ 번역 및 해외 소개(시인 ·소설가 ·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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