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가장 작은 신/ 함태숙

검지 정숙자 2024. 2. 18. 01:32

 

    가장 작은 신

 

     함태숙

 

 

  흰 비닐 주머니에 휴지 같은 돈을 쑤셔 넣고

  너는 또 큰 눈을 깜빡인다

  우수수 온 도시가 다 사원이라는

  그 이름의 석불에서 분진처럼

  경전이 쏟아진다

  소음은 가장 거룩한 침묵

  시엠레아프의 밤 골목을 나와 짤그랑거리며

  너는 다른 세상을 밟아간다

  가장 높다는 수미산 거기서 무얼 태우는지

  네 가는 발자국에

  흰 재가 소복하고

  뿌리 끝에 진흙을 묻힌 채

  꽃들은 흰 봉다리 같은 입을 오므렸다 벌린다

  무지하고 천진한 맨발의 행렬이여

  구원은 왜 걸인처럼 자꾸자꾸 내려오는 걸까

  버짐 핀 검정 개와 매 맞는 저녁을 불러와서

    -전문(p. 121)

 

  시인의 말

 

 네 번째 시집을 묶는다

  그리고 2월 20일은 한 사람의 첫 기일이다

  가장 작은 신에 입관한다

 

  2024년 1월

  함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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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가장 작은 신』에서/ 2024. 1. 25. <한국문연> 펴냄

  * 함태숙/ 강원 강릉 출생, 2002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새들은 창천에서 죽다』『그대는 한 사람의 인류』『토성에서 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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