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트램펄린
남길순
튀어 오르는 자의 기쁨을 알 것 같다
뛰어내리는 자의 고뇌를
알 것도 같다
트램펄린을 뛰는 사람들
트램펄린을 뛰는 사람들
종아리를 걷은 맨발들이 보이고
총총 사라진 뒤
달빛이 해파리처럼 공중을 떠돈다
아무도 없는 공터에
트램펄린이 놓여 있고
속이 환히 비치는 슈퍼문이 떠 있다
-전문-
해설> 한 문장: 몸 삶의 흐름이 끊기고 성장이 정지된 세계에서 삶의 체감은 살아 있음보다는 죽어 있음에, 얻음보다는 잃음에, 자기실현보다는 자기박탈에 더 가까워진다. 남길순은 현대사회의 인간을 "아무도 없는 공터"에서 홀로 "트램펄린을 뛰는 사람들"에 비유한다.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는 사람들. 높이 "튀어 오르는 자의 기쁨"과 바닥으로 "뛰어내리는 자의 고뇌를/ 알 것도 같"(「한밤의 트램펄린」)지만, 남길순은 우리가 같은 욕망에서 비롯된 다른 행위들에 투신하느라 삶을 소모하고 있다고 말한다. 각자의 삶의 트램펄린에서 비상과 추락을 반복하며 사람들이 도달하는 곳은 알다시피 결국 제자리이다. (p. 시 34/ 론 115-116) <김수이金壽伊/ 문학평론가>
---------------------
* 시집 『한밤의 트램펄린』에서/ 2024. 1. 26. <창비> 펴냄
* 남길순/ 전남 순천 출생, 2012년 『시로 여는 세상』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분홍의 시작』, 합동시집『시골 시인- Q』 등
'시집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회화나무/ 한영숙 (0) | 2024.02.16 |
---|---|
거울의 이데아 외 1편/ 남길순 (0) | 2024.02.07 |
먼먼 길사랑 꽃_남한산성 만해기념관에서/ 노혜봉 (0) | 2024.02.04 |
발레리나 외 1편/ 장유정 (0) | 2024.02.02 |
침몰하는 도시/ 장유정 (0) | 2024.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