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진법
신명옥
흘리는 순간 발은 공원 숲으로 들어가고 눈은 바닥을 더듬는다
숲에 깔리는 진형, 굽신거리며 하나씩 부수어야 벗어난다
갈색으로 빛나는 결정체, 높은 곳에서 떨어진 구슬, 암호가 적힌 쪽지
이 포진은 간격이 일정치 않다, 정해진 노선이 없다, 몰입해야 보인다
경단으로 탑을 쌓는 동안 환해지는 눈빛, 올라가는 입꼬리, 넉넉해진 호흡으로
동그라미와 노는 아이, 탄성으로 차오르는 풍선, 회복되는 별자리
나무가 보고 있을까, 제 분신들과 무아경에 든 다람쥐
-전문(P.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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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터 동인 제8집 『시 터』 2023. 11. 30. <지혜> 펴냄
* 신명옥/ 2006년『현대시』로 등단, 시집『해저 스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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