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的'에 관하여
' 적'이라는 형태소가 좋아 보일 때가 있다
권영해
언젠가 출판 뒤풀이에서
K 소설가가 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엿들은 적이 있다
"시인은 '인간적'이라는 말보다 인간성은 개차반이라도 시를 잘 쓴다는 말을 듣는 것이 '시인적'이어서 더 큰 칭찬일 수 있다"
그래
곰곰 생각해 보니
의욕보다 의욕적이 더 의욕이 있는 듯하고
고의보다 고의적이 더 고의 같다
극보다 극적이,
드라마보다 드라마틱(dramatic)이
비교적 더 실감난다
계산엔 젬병인 내가
계산적이기도 한 걸 생각하면
사이비似而非 같은 ' 적'은
아무 데나 갖다 붙여도 용서받을 것 같은
편리적, 두루뭉술적 접미사
여기가 바로
'합목적적合目的的'이든
불멍,
물멍,
숲멍······ 처럼 맹목적이든
' 적'의 가치가 '적중的中'하는 지점
전쟁터 같은 인간사에는 전략적 모호성이
편리할 때가 있다
-전문(p. 7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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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시포럼 제20집 『쪼개진 빨강』에서/ 2023. 11. 20. <파란> 펴냄
* 권영해/ 1997년『현대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유월에 대파꽃을 따다』『봄은 경력 사원』『고래에게는 터미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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