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하루, 그리고 도꼬마리 씨/ 금시아

검지 정숙자 2023. 12. 14. 02:21

 

    하루, 그리고 도꼬마리 씨

 

     금시아

 

 

  그대의 사주는 역마살입니까

  흩어지는 여행은 늘 성급합니다

 

  멀리 갈 요량으로 아무 다리나 잡았던가요

  풀숲을 탈옥할 각오쯤은 물론 있었겠지요

 

  온몸에 도꼬마리 붙어왔던 날, 운명은 날갯짓이었나요

 

  깜짝 놀라 뒤돌아가는 절망에도, 옆길로 피해 달아나는 불빛에도 어김없이 달라붙길 좋아하던 그대는 막내처럼 붙임성이 좋았지요 빚쟁이들의 까칠한 추심같이 좀체 떨어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불행을 떼어내다 보니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한 생일뿐이었군요

 

  솜털 같은 촉은 이미 던져진 미늘이었나요

  새장 속의 새는 분홍이었던가요

 

  담쟁이 주파수 쪽으로

  입술을 깨물고 글썽이는 도꼬마리의 여름

  범람해서 흰 눈 속에서조차 번식합니다

 

  속내 궁금한 달의 주기처럼

  어떤 천적도 없어 흩어지고 마는 빛과 어둠

  하루, 그리고 도꼬마리 씨

 

  그대는 아직 위험합니까

      -전문(p. 116-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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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동인 미루』(1호_근작시)에서/ 2023. 11. 11. <상상인> 펴냄

  * 금시아/ 2014년『시와표현』으로 시 부문 & , 2022년 『월간문학』으로 동화 부문 등단, 시집『입술을 줍다』『툭,의 녹취록』등, 산문집『뜻밖의 만남, Ana』, 시평집『안개는 사람을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