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아메리카로 주세요
김선아
그녀는 연년생 남동생이 태어난 날 호적에 올랐단다.
남동생의 쌍둥이 여동생으로.
비로소 실존인물이 되었단다.
태어나자마자 세상 떠난 첫아들
장손 자리에 그녀를 올리지 않고 미적미적했더란다.
올 백을 받아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더란다.
시집가서 내리 아들 셋 낳자
난생처음 금반지 하나 받았단다.
열셋에 고깃집 불판부터 닦았다는 그녀
맛집 주인 되어 가장 노릇 쩍지게 하는
이날 입때까지
찬밥,
찬바닥,
찬물,
찬바람.
열탕은 질색이란다.
수증기로 증발해 세상에 없는 가상인물 될까 봐
잿가루로 풀풀 사라질까 봐.
지금도 남동생에게 오빠, 한단다.
-전문(p. 10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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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동인 『미루』(1호_신작시)에서/ 2023. 11. 11. <상상인> 펴냄
* 김선아/ 2011년『문학청춘』으로 등단, 시집『얼룩이라는 무늬』『하얗게 말려 쓰는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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