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아이스아메리카로 주세요/ 김선아

검지 정숙자 2023. 12. 13. 15:25

 

    아이스아메리카로 주세요

 

     김선아

 

 

  그녀는 연년생 남동생이 태어난 날 호적에 올랐단다.

  남동생의 쌍둥이 여동생으로.

 

  비로소 실존인물이 되었단다.

 

  태어나자마자 세상 떠난 첫아들

  장손 자리에 그녀를 올리지 않고 미적미적했더란다.

 

  올 백을 받아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더란다.

 

  시집가서 내리 아들 셋 낳자

  난생처음 금반지 하나 받았단다.

 

  열셋에 고깃집 불판부터 닦았다는 그녀

  맛집 주인 되어 가장 노릇 쩍지게 하는

  이날 입때까지

  찬밥,

  찬바닥,

  찬물,

  찬바람.

 

  열탕은 질색이란다.

 

  수증기로 증발해 세상에 없는 가상인물 될까 봐

  잿가루로 풀풀 사라질까 봐.

 

  지금도 남동생에게 오빠, 한단다.

     -전문(p. 10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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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동인 미루』(1호_신작시)에서/ 2023. 11. 11. <상상인> 펴냄

  * 김선아/ 2011년『문학청춘』으로 등단, 시집『얼룩이라는 무늬』『하얗게 말려 쓰는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