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니스*/ 하두자

검지 정숙자 2023. 12. 8. 01:38

 

    니스*

 

    하두자

 

 

  역에는

  카레이스 경주가 있는

  모나코로 떠나는 사람들로 붐볐고

 

  때때로 

  파리 모나코 칸 마르세유로 가는 이들을 위해

  플랫폼은 잠깐잠깐 하나의 배경이 되었다

 

  나는 역에서 나와

  윤슬이 반짝이는 바다로 갔다

  차양 아래서 파도에 귀를 열어놓았을 땐

  새 한 마리

  바다 한 귀퉁이를 물고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온통

  웃고 첨벙이는 사람들

  강렬한 햇살 아래서 식빵처럼 부풀어 오르는 사람들

 

  이곳은

  날씨보다 사람들이 먼저 맑게 개었고

  바다로 나갔다 되돌아온 사람들은

  젖은 몸으로 파도를 밀며 누워있었다

 

  휘저으면 손에 묻는 따가운 햇살이

  내 등을 타고 흘러내릴 땐

  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잠깐 일었지만

  손에 묻은 모래를 털듯

  흰 물보라 일으키는 파도로 향했다

 

  한동안 나는

  마음의 궤적까지 빠짐없이 기록되는

  이곳에 머물 작정이다

      -전문(p. 72-73)

 

   * 니스: 프랑스의 휴양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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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동인 미루』(1호_신작시)에서/ 2023. 11. 11. <상상인> 펴냄

  * 하두자/ 1998년『심상』으로 등단, 시집『물수제비 뜨는 호수』『물의 집에 들다』『불안에게 들키다』『프릴 원피스와 생쥐』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