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이제 어떻게 그리워하나요/ 박정서

검지 정숙자 2023. 7. 8. 17:00

 

    이제 어떻게 그리워하나요

 

    박정서

 

 

  어제는 손등에 튀어나온 힘줄 같은

  너를

  보기 싫다 말했네

  눈사람처럼 몸속에 손을 감추고

  빽빽이 채워진 슬픔을

  소리 없이 지우는

  만개한 파꽃같이 환했던 사람

  매번 희망에 베이고도

  끝내 신에게 구걸하지 않은

  어쩌면 푸른색 피를 가진 투구게일지도 모르네

  어디에도 없는 친절한 얼굴로

  나는 죽으면 구름이 될 거야 하던

  납작한 목소리

  오늘은 괄호에 묶어 둔 너의 심장에

  발끝을 대 보네

  하얗게 머리가 센 겨울들판이

  비탈에 누워있네

    -전문(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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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시학회『미래 서정』(제11호)/ 2022. 12. 31. <서정시학> 펴냄

  * 박정서/ 2003 『서정시학』 신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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