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힘 너머로
장석원
나는 네 옆에 살아남아서 청궐한다
너의 외부로 흘러나오는
평온의 핏물
사슬에 묶인 채 불꽃에 먹힌
내가 바라보는 모든 것
네가 떠난 날부터
포식자에게 이름을 부여받은
순응하여 부드러워진
사용 후 버려진
산 채로 매몰된
더운 피 발그레한 살
안쪽에 꿈틀거리는
절명의 피막을 찢는
비명 너의 잘린 토막으로
빚어낸 한 번의 포만 그리고 살
떨리는 자홍빛 흥분
내가 느끼는 모든 것
우리의 마지막 숨결 너머 빛이
부스러질 때 동력도 없이 구동되는
기계들 닦고 기름 치고 조이자
안락 장치 더 깊고 세게
엔진 스타트 마력 상승
힘이 전달되자
나는 으르렁거린다
다른 몸이 접종된다 눈을 감고 더듬는다 절개되는 중이다
이웃의 몸들 그 속에 우글거리는 것들
불안이 몰려온다
나와 너의 동공을 꿰뚫는 갈고리
내가 숨을 멈출 때
전기톱 스위치를 내릴 때
삼킨 후 뜨거워지는
너의 붉은 내부
-전문(p. 185-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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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통영문학상 수상작품집』역대수상자 작품_에서/ 2021. 10. 15. <도서출판 경남> 펴냄
* 장석원(2009년 통영문학상)/ 2002년 ⟪대한매일⟫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아나키스트』『태양의 연대기』『역진화의 시작』『리듬』『유루 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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