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어머니 범종소리/ 최동호

검지 정숙자 2023. 7. 8. 02:14

 

<2022. 서정시학회 사화집 『미래 서정』/ 초대시>

 

    어머니 범종소리

 

    최동호/ 시인, 고려대 명예교수

 

 

  어린 시절 새벽마다 콩나물시루에서 물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이웃집에 셋방살이하던 아주머니가 외아들 공부시키려 콩나물

  키우던 물방울 소리가 얇은 벽 너머에서 기도소리처럼 들려왔다.

 

  새벽마다 어린 우리들 잠 깨울까 봐 조심스럽게 연탄불 가는

  소리도 들었다. 불을 꺼뜨리지 않고 단잠을 자게 지켜 주시던,

  일어나기 싫어 모르는 척하고 듣고 있던 어머니의 소리였다.

 

  콩나물 장수 홀어머니 아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어머니 가시고 콩나물 물 내리는 새벽소리가 지나가면

  불덩어리에서 연탄재 떼어내던 그 정성스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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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시학회『미래 서정』(제11호)/ 2022. 12. 31. <서정시학> 펴냄

  * 최동호/ 시인,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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