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시>
가을
양주동(梁柱東 1903-1977, 74세)
가 없는 빈들에 사람을 보내고
말없이 돌아서 한숨 지우는
젊으나 젊은 아낙네와 같이
가을은 애처러이 돌아옵니다
애타는 가슴을 풀 곳이 없어
옛뜰의 나무들 더위 잡고서
차디찬 달 아래 목놓아 울 때에
나뭇잎은 누런 옷 입고 조상합니다
드높은 하늘에 구름은 개어
간 님의 해맑은 눈자위 같으나
수확이 끝난 거칠은 들에는
옛 님의 자취 아득도 합니다
머나먼 생각에 꿈 못 이루는
밤은 깊어서 밤은 깊어서
창 밑에 귀뚜라미 섧이 웁니다
가을의 아낙네여, 외로운 이여
-전문-
◈ 양주동(梁柱東 1903-1977, 74세)__김경성/ 시인
호는 무애无涯. 경기도 개성 출생. 1928년 와세다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였으며, 그 이전 1923년 『시지詩誌』 『금성金星』을 발간하였다. 1928년 평양 숭실전문 교수에 취임하고, 1929년 『문예공론文藝公論』을 발간, 1945년 동국대학교 교수가 되고 1954년 대한민국학술원 종신회원에 선임되었다. 1958년 연세대학교 교수에 취임하여 문학박사 학위를 수여받았고, 1962년 다시 동국대학교 교수가 되어 동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대한민국학술원상을 수상하고 정부로부터 문화훈장, 국민훈장, 무궁화 훈장이 수여되었으며, 신라 향가鄕歌 등 고가古歌를 연구하여 초기 국어학계에 큰 업적을 남겼다. 그는 한국문학을 올바로 읽고 새롭게 해석하는 것은 물론 그 독창성과 세계성을 발견해 내면서 그것을 가르쳤으며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시와 수필을 쓰고 비평을 하는 한편 외국문학과 한국문학을 번역과 번안으로 소개하면서 다른 하나의 광활한 지평을 열어나갔다.
저서로 『조선고가연구朝鮮古歌硏究』 『여요전주麗謠箋注』 『국학연구논고國學硏究論考』 『국문학고전독본國文學古典讀本』 등이 있고 시집으로 『조선의 맥박』, 에세이집으로 『문주반생기文酒半生記』 『인생잡기人生雜記』 등이 있다. 역서로 『T.S. 엘리엇 전집』 『영시백선英詩百選』『세계기문선世界奇文選』 등이 있다.
-------------------------------
*『미네르바』2022년 가을(87)호 <이 계절의 시_김경성> 에서
* 김경성/ 전북 고창 출생, 2011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와온』『내가 붉었던 것처럼 당신도 붉다』
'작고 시인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석밭/ 성찬경 (0) | 2022.09.18 |
---|---|
김미연_모더니즘 시론가 이승훈, 그는...(발췌)/ 흔들리는 커튼을 : 이승훈 (0) | 2022.09.16 |
김동원_한(恨)과 가락(발췌)/ 신부 : 서정주 (0) | 2022.09.07 |
서범석_김영랑 시의 '물' 이미지/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 : 김영랑 (0) | 2022.08.28 |
생이라는 우주엔 찰나가 산다/ 이미란 (0) | 2022.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