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시인의 시

보석밭/ 성찬경

검지 정숙자 2022. 9. 18. 01:23

 

    보석밭

 

    성찬경(1930-2013, 83세)

 

 

  가만히 응시하니

  모든 돌이 보석이었다.

  모래알도 모두가 보석알이었다.

  반쯤 투명한 것도

  불투명한 것도 있었지만

  빛깔도 미묘했고

  그 형태도 하나하나가 완벽이었다.

  모두가 이름이 붙어 있지 않은

  보석들이었다.

  이러한 보석이

  발 아래 무수히 깔려 있는 광경은

  그야말로 하늘의 성좌를 축소해 놓은 듯

  일대 장관이었다.

  또 가만히 응시하니

  그 무수한 보석들은

  서로 빛으로

  사방팔방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 빛은 생명의 빛이었다.

  이러한 돌밭을 나는 걷고 있었다.

  그것은 기적의 밭이었다.

  홀연 보석밭으로 변한 돌밭을 걸으면서

  원래는 이것이 보석밭인데

  우리가 돌밭으로 볼 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있는 것 모두가 빛을 발하는

  영원한 생명의 밭이

  우리가 걷고 있는 곳이다. 

     - 전문 (p. 7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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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현실』 2022년 가을(87)호 <특별기획> 에서

   * 성찬경/ 1930년 충남 예산 출생, 1956년『문학예술』로 등단, 시집『화형둔주곡』『반투명』『묵극』『논 위를 달리는 그림자 버스』 『해』등, 시선집『영혼의 눈 육체의 눈』, 2013년 심장마비로 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