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시인의 시

서범석_김영랑 시의 '물' 이미지/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 : 김영랑

검지 정숙자 2022. 8. 28. 14:42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

 

    김영랑(1903-1950, 47세)

 

 

  내 마음의 어딘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도처오르는 아침날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전문-

 

  김영랑 시의 '물' 이지지와 그  변모(발췌) _서범석/ 시인 · 문학평론가

  이 시에 나타난 것은 '흐르는 물'의 이미지다. 1949년에 발행한 『영랑시선』에 시의 제목이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로 바뀌어 있는데, 이는 중심 이미지가 바로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임을 암시한다. 바슐라르(G. Bachelard)의 상상력 이론에 따르면(곽광수 외, 『바슐라르 연구』, 1981) 제 1단계 상상력의 여가작용與價作用은 대상을 집접적으로 지칭하는 명사에 대한 작용이 아니라 그의 성질을 보여주는 형용사에 대한 작용이다. 그러므로 이 중심 이미지에서 상상력은 '끝없는'이라는 감각적 성질에 작용한다. 강물은 분명 유한성을 가졌지만, '끝없는'이라는 과장된 외관으로 나타난다. 여기에서 '영원성'이 환기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시에서 흐르고 있는 강물은 그 존재 공간이 불투명하고 비현실적인 곳이다. 그것은 비순수, 불투명한 물이다. 이 우울과 불유쾌의 계수를 흐르는 물에 대비시켜 보자. 상실과 원한으로 가슴에 흐르고, 눈물로 눈에 욕망과 분노로 핏줄에 흐르는 것이다. 아침 빛에 반사되는 외부의 강물은 아름다운 '은결'을 돋우는 '밝음'인데 반해, 내 마음에 흐르는 강물은 '우울'이다. 이것이 앞의 영원성과결합할 때, 보다 무거운 우울임이 확인된다.

  이 시에 나타난 상상력의 궁극성은 외계의 강물이 마음속에 흐르는 것으로 나타나 있기 때문에 그궁극적인 지향은 '外-內'로 표시된다. 이러한 상상력의 방향은 시 의식의 방향을 앍어내게 하는데, 그것은 바로 內向性이다. 이는 영랑 시에 대한 "내 마음의 세계"(정한모), "안으로-닫힘의 세계"(강희근) 등과 조응한다. (p.  시137-138/ 론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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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소금』 2022-가을(43)호 <詩史 낚시 · 연재 ⑩회 > 에서 

   * 서범석/ 1987년『시와의식』 평론 부문 신인상 & 1995년『시와시학』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풍경화 다섯』『휩풀』『종이 없는 벽지』『하느님의 카메라』『짐작되는 평촌역』등, 대진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