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모텔 바빌론/ 김명서

검지 정숙자 2012. 9. 10. 02:47

 

 

     모텔 바빌론

 

       김명서

 

                       -사람이 울고 있다고 해서 꼭 슬픈 것도 아니고    

  웃고 있다고 해서 꼭 기쁜 것도 아니다 딱 1분만이라도 깊은 눈으로 바라보면 안다

 

 

  작은 악절 속

  거꾸로 매달린 음표들이 숨구멍을 열어놓았다  

  저 무수한 음표들, 노래가 되지 못한 것은 그림자가 된다는데

  그림자는 세상이 어두워지면 밝아진다는데

 

  빛이 직진하는 반대 방향을 따라가면

  오선지 밖으로 뛰쳐나온 두 그림자가 있다

  남자의 맨살 위로 채찍이 쏟아지고

  조금만 조금만 더!                   

  묘혈을 파는 갈증에 불이 붙는다

  갈증을 비웃듯

  까르르 사춘기 특유의 고음이 튀어오른다

 

  고음에 달라붙은 비린 체위를 물로 씻어낸다

  씻기지 않은 건 작은악절 끝마디에 감추고

  엔터를 누른다

 

  느리게 아주 느리게 흘러가는

  탁음을 번안하면

  한 가닥 죄도 없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손이 얼굴에 샛별을 그려주고

  달마가 간 동쪽으로 떠났다 그러나

  흉내내며 뒤쫓아 가는 돌림노래였을까?

  생일날, 인형 대신 거룩한 주먹이 날아오곤 했다

  10년 넘게

  속엣것 다 토해내고

 

  작은악절에 부제를 덧붙이자면

  잊고 싶은

  그 불완전한 음표들

  지구를 멀리 떠나갔으면

 

 

  * 『시와 표현』2012-가을호 <신작시 광장>에서

  * 김명서/ 2002『시사사』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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