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바빌론
김명서
-사람이 울고 있다고 해서 꼭 슬픈 것도 아니고
웃고 있다고 해서 꼭 기쁜 것도 아니다 딱 1분만이라도 깊은 눈으로 바라보면 안다
작은 악절 속
거꾸로 매달린 음표들이 숨구멍을 열어놓았다
저 무수한 음표들, 노래가 되지 못한 것은 그림자가 된다는데
그림자는 세상이 어두워지면 밝아진다는데
빛이 직진하는 반대 방향을 따라가면
오선지 밖으로 뛰쳐나온 두 그림자가 있다
남자의 맨살 위로 채찍이 쏟아지고
조금만 조금만 더!
묘혈을 파는 갈증에 불이 붙는다
갈증을 비웃듯
까르르 사춘기 특유의 고음이 튀어오른다
고음에 달라붙은 비린 체위를 물로 씻어낸다
씻기지 않은 건 작은악절 끝마디에 감추고
엔터를 누른다
느리게 아주 느리게 흘러가는
탁음을 번안하면
한 가닥 죄도 없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손이 얼굴에 샛별을 그려주고
달마가 간 동쪽으로 떠났다 그러나
흉내내며 뒤쫓아 가는 돌림노래였을까?
생일날, 인형 대신 거룩한 주먹이 날아오곤 했다
10년 넘게
속엣것 다 토해내고
작은악절에 부제를 덧붙이자면
잊고 싶은
그 불완전한 음표들
지구를 멀리 떠나갔으면
* 『시와 표현』2012-가을호 <신작시 광장>에서
* 김명서/ 2002『시사사』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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