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畵像
최서림
피자빵처럼 얼룩덜룩한 얼굴로
오십견이 있는 어깨를 빙빙 돌리고 있다
수전증이 있는 그의 오른팔에는
홀로 사는 누나처럼 목이 긴
재두루미가 둥우리를 치고 산다
가늘게 떨리는 긴 부리 모양의 손이 가 닿으면
모든 사물들은 껍질을 벗고 푸른빛을 드러낸다
삶의 피멍들이 스르르 풀려나온다
재두루미 목죽기같이 휘어지는 그의 손 끝에
딱딱하게 마른 北國의 모델이
둥글둥글한 南洋 여자로 변신하고 있다
화실로 곧장 쳐들어온 햇빛이
깊고 깊은 푸른빛에 녹아
재즈처럼 흐물, 흐물, 흐무러지는 시간이다
화실을 병풍처럼 둘러싼 南天들이
매운바람에 붉게, 붉게 익어가는 시간이다
-『현대시학』, 2012년 6월 (선정자 김지요)
* 『애지』2012-가을호/ 「애지문학화 카페에서-다섯 번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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