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물이 깊다/ 지연

검지 정숙자 2024. 4. 22. 01:18

 

    물이 깊다

     - 소룡골 시편

 

     지연

 

 

   *

  -니 에미는 땡볕에 대수리 잡으로 가서 그냥 칵 뒈져버렸는갑다

 

  입맛 잃은 아버지를 위해 어머니는 물속을 헤매고

 

   *

  양재기에 염색약을 푼 어머니

  몇 가닥 없는 아버지 머리카락을 칫솔로 곱게 빗어 내린다

  앉은뱅이 의자에 아버지가 새침하다

 

   *

  빵빠레 아이스크림을 두 개 사다 주며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임자 그만 일혀

 

   *

  아버지 돌아가시고 평생 함께하던 스탱 밥그릇이 없어졌다고 어머니는 어깨를 들썩였다

 

   *

  경로당에 쓰르라미로 달려가는 어머니

      -전문(p.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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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시학』 2024-봄(48)호 <미래시학 시단>에서

 * 지연/ 2013년『시산맥』 신인문학상 수상으로 등단, 2016년 《무등일보》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시집『건너와 빈칸으로』『내일은 어떻게 생겼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