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브룩샤 아사나/ 정선희

검지 정숙자 2024. 4. 22. 00:46

 

    브룩샤 아사나

 

     정선희

 

 

  그건 무의식 중에 새어 나오는 소리였다

 

  옆에서 나는 소리인데

  왜 내 가슴에 금이 가는 걸까

 

  아야, 아야 소리를 내면서 견딜 수 있는 아픔이 있다

  몸을 통해 마음의 통증이 빠져나오는 수가 있다

 

  브룩샤 아사나

  그녀가 한쪽 다리로 서서

  두 손을 모아 머리 위로 쭉 폈을 때

  촛불이 휘청,

 

  나는 눈을 부릅뜬 채

  거울 모서리에 있는 한 점을 노려보았다

  생각이 끼어들면 점이 보이지 않아

  점은 사라졌다가 두 개 세 개가 되었다

 

  거울이 수면처럼 일그러지는 그때

  발등에 떨어지는 촛농을 보았다

  앗, 뜨거!

  그녀 대신 내가 넘어졌다

     -전문(p.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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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시학』 2024-봄(48)호 <미래시학 시단>에서

   * 정선희/ 2012년 『문학과의식』 시 부문 등단 & 2013년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푸른 빛이 걸어왔다』『아직 자라지 않은 아이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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