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파도 보호무역/ 김영

검지 정숙자 2024. 4. 14. 01:44

 

    파도 보호무역

 

    김영

 

 

  해안은 음모를 거래한다

  이 파고를 다독이지 못하면

  더 높은 바람이 찾아온다

 

  수평선이 오늘도 몇몇 사건을 보내온다

  집어등은 늦은 새벽까지 물결의 동선을 추적한다

 

  해외 직송의 물품은 좀 더 찰랑이는 상품으로

  바꾸어 팔기도 한다

  매진되기 전에 주문하라는 광고를

  우리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질 좋은 부패는 유통기한이 지날수록 싱싱하다

 

  각종 물목이 차오르는 해안에서는

  한물간 파도가 최신 유행이다   

     - 전문 (p.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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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인포럼 제3집 『시, 바다와 썸 타다』 <초대시> 에서/ 2023. 12. 26. <미네르바> 펴냄  

김영/ 1996년 시집 『눈감아서 환한 세상』으로 등단, 시집『벚꽃 지느러미』『파이디아』『나비편지』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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