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한 편

시의 길을 함께 걸어온 벗이자 품 넓은 선배/ 박완호

검지 정숙자 2024. 2. 25. 01:58

<에세이 한 편>

 

    시의 길을 함께 걸어온 벗이자 품 넓은 선배

 

     박완호

 

 

  김정수 시인은 오랫동안 시의 길을 함께 걸어온 벗이자 품 넓은 선배이다. 남다른 언어 조립공의 기질을 타고난 그는 처음 만난 이십 대 초반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느 길이든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결코 샛길로 빠지는 법 없이, 고집 세고 뚝심 있는 성품이 돋보이는 시인의 면모를 꾸준히 보여주었다. 그렇게 사십여 년의 세월 동안 한눈을 팔지 않고 우직스럽게 자기의 길을 찾아 걸으며 차곡차곡 쌓아온 그의 내공은 최근 들어 놀라운 성취의 경지를 유감없이 펼쳐 보이는 중이다.

  성실한 시 쓰기를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작품 발표를 기본으로 수년째 매주 일간지에 연재하는 시 읽기 및 월간지의 시집 읽기 코너, 다양한 시집의 해설 및 여러 문학지에 게재해온 시평 등 웬만한 사람은 꿈도 꾸기 어려운 수고를 깊은 안목과 수준 높은 필력으로 너끈히 감당하고 있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러가지 일을 집중력 있게 동시에 밀고 나가는 김정수 시인의 기질과 힘은 그가 지닌 특유의 성실함에서 비롯된다. 시인을 꿈꾸던 대학 시절, 그는 손에서 국어사전과 시집을 잠시도 떼어놓지 않기로 유명했다. 책과 관련된 직장 생활을 하다가 명퇴한 그는 경험을 살려 한 주간지 객원 교열기자로 일하고 있다. 부지런히 시를 쓰면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탁구장을 찾아 라켓을 쥐던 그는 시 쓰기에서나 탁구에서나 언제나 실력을 뽐내었다.

  그의 아내를 처음 만나 산행을 즐기던 시절은 또 어떠했을지 상상해 보라. 그렇게 그는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소중해하는 어느 것 하나 포기하거나 버리지 않고, 모두를 다 같이 해내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금처럼! (p. 281)

  -----------------

  * 시 계간 『상징학 연구소』 2024-봄(13)호 <사랑하는 사람들> 에서 

  * 박완호/ 1991년『동서문학』으로 등단. 시집 『누군가 나를 검은 토마토라고 불렀다』